장례식

2007. 4. 1. 19:57

3월의 마지막날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한달정도 전부터 말씀도 못하시고 숨쉬기도 힘겨워 하셔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막상 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기분이 착잡해졌다.

상가에 도착하자마자 차에서 내릴틈도 없이 운전기사로 발탁(?)되어 장보기부터 손님안내까지 돌아다니느라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철딱서니가 없는건지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슬프진 않았다. 엄마나 삼촌, 이모들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날것같았지만.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으니까.

오 랜만에 만난 사촌들도 반가웠고, 철모르고 뛰어다니는 조카녀석들도 귀여웠다. 누나는 애들이 버릇없다는 소리 들을까봐 무척 신경쓰여보이는 눈치였다. 애들이 너무 철모르고 뛰어다녀서 버릇없이 군다고 야단치느라 바빴고..하지만 그런 철없음이 식장분위기를 너무 가라앉히기만 하는것보단 나은것 같았는데..모르겠다. 나는 아직 부모가 아니니까.

영화에서 보이는 서양장례식의 추모식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장례를 지내보니 왜 그런걸 하는지 알것같았다. 고인의 주변사람들이 돌아가며 고인의 모습을 기억하는자리. 나는 한사람이지만 직장에서의 나, 친구들과 있을때의 나, 가족과 있을때의 나는 각기 다른사람이니까. 남은 사람들이 고인의 서로 다른 모습들을 이야기하면서 기억해나가는 의미가 아닐까. 장례식이란 슬퍼하기보다 기억하기위한자리가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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