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멋대로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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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써라 - ![]() 데릭 젠슨 지음, 김정훈 옮김/삼인 |
누군가 내게 이 책이 어떤 책이냐고 묻는다면, 내가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만든 책이라고 말하겠다. 88만원 세대의
한명으로서(자식은 커녕 결혼 조차 불투명한 미래지만) 만약 내가 결혼하고 아이를 갖는 기적이 일어난다면 난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겠다고 결심했다. 학교는 '학생들이 저들 그대로인 사람이 되도록 존중하고 사랑하는 일'을 하는 곳이 아니니까. 학교엔 그저
제 밥벌이에 급급한 월급쟁이 공무원들이 살고있을뿐이다. 적어도 내가 다녔던 학교들에선 그랬고, 난 내 아이에게 같은 비극을 겪게
하고 싶진 않다.
이 책은 일단 겉으로는 글쓰기 책이다. 저자가 대학과 교도소에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는 이야기를 큰 줄거리고 가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진짜 주제는 산업화에 맞서는 사상서랄까.
그는 '글쓰기 수업은 삶 수업'이라고 말한다.정열, 사랑, 미움, 두려움, 희망. 가장 좋은 글쓰기는 이런 원천들에서 솟아나와요. 삶 자체가 이런 원천들에서 나오죠. 그리고 삶이 없다면 글쓰기가 뭡니까? 글쓰기와 삶. 삶과 글쓰기. 삶은 글쓰기의 바탕이고 글쓰기는 삶의 바탕이에요.그래서 수업은 삶에 관한 기억을 되짚어 보고, 새로운 경험들로 채워져간다.
글쓰기의 첫번째 원칙. '읽는 사람을 지루하게 하지 마라'. 이 문장을 읽고 문득 예전에 읽었던 디씨의 이외수님 인터뷰가 생각났다.
나는 글을 쓰면 세대별로 20명 정도씩 모니터를 해. 그리고 최종적으로 아들한테 보여주면서 '너 이 장면을 읽는 중에 오줌이 마렵다. 그러면 이 원고를 들고 가서 보겠느냐 아니면 놓고 갔다 와서 보겠느냐?'라고 물어. 우리 아들도 냉정해서 '놓고 화장실 갔다 와서 보겠다'고 솔직하게 말해. 그럼 나는 아들 입에서 '꼭 들고 가서 보겠다'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쓴단 말이야.화장실 보다 재밌는 글이 나올때까지 쓰신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선 한 술 더 떠서, '섹스보다 재밌는 글을 쓰라'고 한다. 나로선 도달하기 힘든경지. ㅋ
어떻게 재밌는 글을 쓸까. 데릭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 하는 학생들의 글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필요한 것들이 모두 들어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묻는다. 넌 누구니? 넌 무얼 사랑하니? 라고.
이런저런 글쓰기 규칙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것은 온전한 자신이 되어 쓰고 싶은 것을 쓰는 일이기에, 이 책은 끊임없이 '넌 누구니?'라고 묻는다. 그리고 하나의 질문이 더해진다. 넌 누구니? 넌 무얼 사랑하니? 넌 무얼 원하니?
당신이 누군지 내게 말하면, 당신이 무얼 사랑하는지 내게 말하면, 당신이 무얼 원하는지 내게 말하면, 난 당신이 무얼 쓰면 좋겠는지를 말해주겠다. 아니 어쩌면 내가 그럴 필요도 없겠지. 당신은 벌써 시작했을 테니까.
아직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고, 넥스트의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같은 노래를 들을때면 마음 한구석을 바늘로 찔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나로서는, 그냥 당장 쓰고 싶은 것을 쓸 뿐이다.
쓰기전에 손가락운동 좀 하고.
먼저 여러분 엄지손가락을 죽 넘겨서 새끼손가락 바깥까지 닿도록 하는 겁니다. 쭉쭉 뻗어요. 쭉쭉, 쭉쭉. 이제, 새끼손가락을 구부려서 엄지손톱을 덮어보세요. 알아듣겠죠? 다음에, 집게손가락을 뻗어서 엄지손가락 밑동 마디를 덮으세요. 그건 어렵습니다. 끝으로 약손가락을 뻗어서 엄지손가락 가운뎃마디를 덮으세요.
그게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글쓰기 연습입니다. 그걸 자주 하세요. 모든 권위 있는 인물들 앞에서 그리고 특히 여러분속에 있는 비평가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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